금 함량이 각인된 숫자보다 낮게 나오는 일은 드문 사고가 아니라 꾸준히 측정되어 온 통계다. 그런데 그 미달은 아무 데나 무작위로 흩어져 있지 않고, 제품의 생김새를 따라 몰려 있다. 이 글은 각인 숫자가 무엇을 뜻하는지, 999와 995를 가르는 기준이 왜 땜인지, 실측 미달률이 어떤 제품에 집중되는지, 완제품 순도를 왜 소비자가 확인하기 어려운지, 그리고 검증 비용을 언제 치르면 56배가 갈리는지를 차례로 정리한다.
각인 숫자는 측정값이 아니라 신고값이다
세 자리 숫자가 뜻하는 것
금 제품 안쪽에 찍힌 999, 995, 750, 585는 1000분율로 표시한 금의 중량 비율이다. 999는 99.9퍼센트, 750은 75퍼센트, 585는 58.5퍼센트다. 캐럿으로 바꾸면 24K가 순금, 750이 18K, 585가 14K에 해당한다. 24K를 24로 나눈 한 칸이 약 4.17퍼센트이므로 18K는 18칸, 14K는 14칸이라는 뜻이다.
그 숫자를 보증하는 주체가 없다
중요한 것은 이 숫자가 누가 측정해서 적은 값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준은 국가기술표준원이 2011년 7월 제정하고 2013년 2월 개정한 KS D 9537(귀금속 및 그 가공제품)이고, 2023년 5월 확인을 거쳐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이 표준은 임의표준이어서 강제력이 없다. 각인과 실제 함량이 어긋나도 표준 자체로는 제재 수단이 없고, 각인은 사실상 제조자의 자기신고에 가깝다.

999와 995를 가르는 기준은 땜이다
구조가 순도 상한을 정한다
KS D 9537의 순금 기준은 하나가 아니라 둘이다. 땜이 들어가는 제품은 995 이상이면 순금으로 인정되고, 땜이 필요 없는 제품은 999 이상이어야 한다. 금은 그대로는 잘 붙지 않아 고리나 체인처럼 접합부가 있는 제품에는 녹는점을 낮춘 합금 땜을 쓴다. 그 땜이 전체 함량을 끌어내리기 때문에 기준이 느슨해진 것이다.
소비자에게는 둘이 같은 말로 전달된다
문제는 유통 단계에서 995와 999가 모두 순금이라는 한 단어로 불린다는 점이다. 999가 찍힐 수밖에 없는 돌반지와 995가 허용되는 체인이 같은 설명으로 팔린다. 2026년 10월 19일 한국금거래소 공시 기준 순금 한 돈 팔 때 674,000원으로 계산하면, 999여야 할 제품이 995라면 한 돈당 2,699원, 다섯 돈 목걸이라면 13,493원이 조용히 사라진다.
실측 미달률은 형태를 따라간다
순도별로 보면 999는 0퍼센트였다
한국귀금속중앙회가 2018년 9월부터 11월, 이어 2019년 1월에 표본을 무작위로 사들여 분석한 조사 결과가 이 구조를 그대로 보여준다. 장식품을 제외한 136개 가운데 32개(23.53퍼센트)가 함량 미달이었는데, 순도별로는 999가 0퍼센트, 995가 32퍼센트, 750이 30퍼센트, 585가 21.6퍼센트였다. 가장 느슨한 기준이 허용된 995에서 미달이 가장 많았다.
품목별로 보면 땜이 많은 제품이 위험하다
품목별 미달률은 팔찌 50퍼센트, 목걸이 37.5퍼센트, 목걸이 체인 31.6퍼센트였다. 팔찌와 체인은 접합부가 가장 많은 형태다. 순도별 패턴과 품목별 패턴이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는 점이 중요하다. 미달은 업체의 양심이 무작위로 갈려 생기는 것이 아니라, 땜이 허용된 제품군에 구조적으로 몰린다.
추세는 개선 중이지만 네 개 중 하나다
같은 단체의 조사에서 미달률은 2017년 43.69퍼센트, 2018년 33퍼센트, 2019년 23.53퍼센트로 6년여 전까지 20.16퍼센트포인트 줄었다. 방향은 분명히 개선이다. 다만 네 개 중 하나라는 수준은 여전히 우연으로 넘길 범위가 아니다.
각인순도캐럿KS 기준상 성격실측 미달률
| 999 | 99.9% | 24K | 땜 없는 제품의 순금 기준 | 0% |
| 995 | 99.5% | 24K로 통용 | 땜 있는 제품의 순금 기준 | 32% |
| 750 | 75.0% | 18K | 합금 등급 | 30% |
| 585 | 58.5% | 14K | 합금 등급 | 21.6% |
완제품 순도는 원리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정확한 방법은 제품을 녹인다
금 함량을 정확히 재는 표준 방법은 큐펠 분석(회취법, KS D ISO 11426)과 ICP 분석(KS D 1674)이다. 큐펠 분석은 금 함량 33.3퍼센트에서 99.9퍼센트 구간에 쓰이고 허용오차가 ±0.02에서 0.03퍼센트 수준으로 가장 좁다. ICP는 왕수로 녹여 미량 원소까지 본다. 두 방법의 공통점은 시료를 녹인다는 것이고, 녹이면 그 제품은 더 이상 제품이 아니다.

녹이지 않는 방법은 간격을 분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매장에서는 비파괴 방식인 XRF(X선 형광분석)와 시금석법을 쓴다. XRF는 3분 안에 결과가 나오지만 측정 범위가 표면에 한정되고 오차가 0.2에서 5퍼센트에 이른다. 감정 기관이 XRF 결과로는 성적서를 발행하지 않고 보조 장비로만 쓰는 이유다. 999와 995의 간격은 0.4퍼센트포인트인데 XRF 오차 상한은 그 간격의 12.5배다. 간격보다 눈금이 거친 자로는 그 둘을 가를 수 없다.
방법파괴 여부허용오차측정 범위근거 표준성적서
| XRF | 비파괴 | 0.2~5% | 표면 한정 | 없음 | 발행 안 함 |
| 시금석법 | 준비파괴 | 숙련도 편차 큼 | 14K·18K·24K 구분 수준 | 없음 | 발행 안 함 |
| 큐펠 분석 | 파괴 | ±0.02~0.03% | 금 33.3~99.9% | KS D ISO 11426 | 발행 |
| ICP 분석 | 파괴 | 미량 원소까지 | 금 99.5% 이상 | KS D 1674 | 발행 |
감정서가 있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방법이 기관마다 갈린다
국내에서 귀금속 감정을 하는 기관은 쓰는 방법이 둘로 나뉜다. 홀마크연구소와 한국주얼리감정원은 큐펠과 ICP를 쓰고,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와 한국귀금속보석감정원은 시금석법과 XRF를 쓴다. 같은 제품을 다른 기관에 맡기면 다른 숫자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네 기관이 분석오차를 좁히기로 협의했다는 보도가 나온 배경이 여기에 있다.
허용오차를 몇 퍼센트로 둘지가 쟁점이다
쟁점은 순금 제품의 분석 허용오차다. 큐펠 분석 자체의 허용오차는 0.02퍼센트인데 업계 관행으로 순금에 0.2퍼센트를 적용하면 오차를 열 배로 넓혀 해석한 셈이 된다는 지적이 감정 기관 쪽에서 나왔다. 이 숫자를 어디로 정하느냐가 같은 측정값을 적격과 미달로 갈라놓는다. 감정서를 받을 때 방법과 적용 오차가 함께 적혀 있는지를 봐야 하는 이유다.
검증 비용은 언제 치르느냐에 따라 56배 갈린다
사후 검증은 오차 금액의 30배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공시 수수료로 보면 금과 은을 함께 보는 파이어 어세이는 시료당 80,000원이다. 앞서 계산한 한 돈 기준 0.4퍼센트포인트 오차 금액이 2,699원이므로, 미달을 확인하는 비용이 미달 금액의 29.6배다. 한 돈 소매가 789,000원 대비로도 10.14퍼센트다. 개인이 돌반지 하나를 들고 검증에 나서는 일이 경제적으로 성립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전 검증은 오차 금액보다 싸다
반대로 제조 단계에서 치르면 값이 완전히 달라진다. 2024년 국정감사에서 의원실이 제시한 추정으로는 한국조폐공사 품질인증 기준에 맞춰 금을 만들 때 일반 주조보다 kg당 약 38만원이 더 든다. 한 돈으로 환산하면 1,425원, 소매가의 0.181퍼센트다. 오차 금액 2,699원보다 오히려 싸다. 같은 검증을 사후에 하면 사전의 56.1배가 든다. 그런데도 같은 자료에서 최근 5년간 KRX 금시장에 들어온 금 중 조폐공사 기준으로 만든 금은 2.6퍼센트뿐이었다.
항목기준금액한 돈 소매가 대비
| 999 대신 995일 때 손실 | 팔 때 674,000원 기준 | 2,699원 | 0.34% |
| 사전 검증 추가비용 | kg당 38만원 환산 | 1,425원 | 0.18% |
| 사후 검증 수수료 | 파이어 어세이 1시료 | 80,000원 | 10.14% |
| 최저 실측 사례 손실 | 97.97%, 두 돈 팔찌 | 26,042원 | 두 돈 기준 1.93% |
비중과 색으로는 텅스텐을 가르지 못한다
밀도가 거의 같다
함량 미달과 별개로 섞임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텅스텐의 밀도는 19.25g/cm³, 금은 약 19.3g/cm³다. 두 값이 거의 같아 물에 담가 무게를 재는 수중 밀도 측정만으로는 가려낼 수 없다. 베트남에서 보고된 사례에서는 98퍼센트로 표기된 목걸이가 밀도계에서 95.9퍼센트로 나왔지만 정밀 검사에서 실제 순금은 10.03돈 중 8.5돈이었다.
녹는점 차이가 구조를 만든다
금은 1063도에서 녹고 텅스텐은 3410도에서 녹는다. 금을 녹여도 안에 넣은 텅스텐은 그대로 남는다. 겉에 순금을 입히면 표면만 읽는 XRF로도 잡히지 않는다. 표면 측정과 밀도 측정이 동시에 무력해지는 조합이라, 이 유형은 개인 간 거래나 시세보다 눈에 띄게 싼 거래를 피하는 쪽으로만 통제된다.
되팔 때 값을 정하는 것은 각인이 아니다
매입자는 함량을 다시 매긴다
살 때는 각인 숫자대로 값이 정해지지만 팔 때는 그렇지 않다. 매입자는 자기 방식으로 함량을 다시 보고, 각인보다 낮게 나오면 그만큼 깎는다. 즉 각인은 사는 쪽의 가격을 올리는 데 쓰이고, 파는 쪽의 가격은 감정이 정한다. 같은 제품이 양쪽에서 다른 기준으로 평가된다는 비대칭이 소비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작동한다.
미달이 밝혀져도 구제는 비용에 막힌다
제도상 구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귀금속의 함량이나 중량이 미달한 경우 제품 교환 또는 구입가 환급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 다만 이를 주장하려면 미달을 입증해야 하고, 입증 비용이 앞에서 본 대로 미달 금액의 30배다. 기준은 있는데 비용 구조가 그 앞을 막고 있는 모양새다.

자주 묻는 질문
각인이 없는 금 제품은 어떻게 봐야 하나요
각인이 없으면 순도를 주장할 근거가 없는 상태로 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오래된 제품이나 수리 과정에서 각인이 지워진 경우도 있습니다. 매입 단계에서는 어차피 감정으로 함량을 다시 매기므로, 각인 없음 자체가 값을 크게 깎는 사유는 아닙니다. 다만 살 때는 피하는 편이 낫습니다.
금 함량 측정기로 집에서 확인할 수 있나요
보급형 측정기는 대부분 XRF 방식이라 표면만 읽고 오차가 넓습니다. 999와 995 같은 0.4퍼센트포인트 차이를 가르는 용도로는 쓸 수 없습니다. 도금이나 내부 이물질을 걸러내는 1차 확인에는 도움이 되지만, 그 결과로 환급을 주장하기는 어렵습니다.
18K와 14K도 미달이 있나요
조사에서 750은 30퍼센트, 585는 21.6퍼센트가 미달이었습니다. 합금 등급도 예외가 아닙니다. 다만 18K와 14K는 애초에 합금이라 땜 문제와는 성격이 다르고, 미달 금액 자체는 금 함량이 낮은 만큼 작아집니다.
조폐공사 각인이 있는 골드바는 믿을 수 있나요
조폐공사는 품질인증 기관으로서 순도 99.99퍼센트와 표기 중량을 보증하고, 각 바에 고유번호와 보는 각도에 따라 무늬가 달라지는 위변조 방지 요소를 넣습니다. KRX 금시장에 공급되는 국내 골드바는 조폐공사 각인을, 수입 바는 LBMA 등록 업체 제품이어야 합니다. 검증이 제품에 이미 포함된 통로입니다.
실전 체크리스트
살 때 확인할 것
첫째, 그 제품에 땜이 들어가는 형태인지 본다. 체인, 팔찌, 고리 구조라면 995가 허용되는 쪽이므로 각인을 직접 읽고 999인지 995인지 확인한다. 둘째, 돌반지나 단순 주조 제품인데 999가 아니라면 그 이유를 묻는다. 셋째, 투자 목적이라면 검증이 제품에 포함된 통로를 고른다. 조폐공사 각인 골드바나 KRX 금현물시장처럼 생산 단계 인증이 전제된 경로가 여기에 해당한다. 넷째, 감정서를 받을 때는 방법과 적용 허용오차가 적혀 있는지 본다. 이 글은 투자 자문이 아니며 특정 상품의 매수나 매도를 권유하지 않는다.
팔 때 확인할 것
첫째, 각인이 값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로 둘 이상의 매입처 시세를 비교한다. 둘째, 측정 방식을 묻는다. 비파괴 측정 결과로 함량을 깎는다면 그 근거와 오차 범위를 확인한다. 셋째, 중량과 함량을 따로 확인한다. 중량은 계량법상 검사받은 계량기로 재야 한다. 넷째, 미달이 의심되고 금액이 충분히 클 때만 정식 감정을 검토한다. 한 돈 단위에서는 수수료가 손실보다 크다.
용어 정리
표시와 기준에 관한 말
1000분율은 전체 1000에 대한 금의 중량 비율로, 999는 99.9퍼센트를 뜻한다. 캐럿(K)은 24분율 표기로 24K가 순금이고 한 칸이 약 4.17퍼센트다. KS D 9537은 귀금속 및 그 가공제품의 순도와 질량에 관한 국가표준이며 임의표준이다. 땜은 금속을 접합할 때 쓰는 녹는점이 낮은 합금으로, 전체 함량을 낮춘다.
측정에 관한 말
XRF는 X선을 쏘아 되나오는 형광을 읽는 비파괴 분석으로 표면에 한정된다. 큐펠 분석은 시료를 고온에서 녹여 불순물을 제거하고 금을 재는 파괴 분석이다. 파이어 어세이는 큐펠 분석을 포함한 용융 정량 분석의 통칭이다. 시금석법은 시료를 돌에 긁어 산 반응으로 등급을 가늠하는 간이 검사다.
맺음말
통제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
금 함량 문제의 본질은 측정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정확한 측정은 이미 존재하지만 제품을 녹여야 하고, 녹이지 않는 측정은 999와 995를 가를 만큼 촘촘하지 않다. 그래서 각인을 의심하는 일은 소비자가 혼자 끝낼 수 없는 과제다.
그래서 순서를 바꾸는 것이 답이다
대신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구입 시점의 선택이다. 땜이 들어가는 형태인지, 검증이 생산 단계에 포함된 통로인지, 각인이 999인지 995인지는 모두 사들이기 전에 비용 없이 확인된다. 미달이 몰리는 자리가 통계로 드러나 있으니, 그 자리를 알고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위험은 줄어든다.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투자 자문이 아니다. 제도와 시세는 변경될 수 있으므로 거래 전 현재 기준을 직접 확인하기 바란다.
참고 자료
- 국가표준 KS D 9537 귀금속 및 그 가공제품
- 세계일보, 순금이라 적힌 돌반지 금 함량 재어보니 2% 넘게 미달
- 한국귀금속중앙회 함량 조사 결과 발표 (귀금속경제신문)
- 홀마크연구소, 귀금속 분석 방법과 적용 표준
- 골드앤 FAQ, 금 순도 검사 방법과 허용오차
- 태극마크 감정원, 귀금속 감정소 간의 분석오차
-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온라인시험분석시스템 분석수수료
- CNews, 조폐공사의 골드바 제조기준과 KRX 금시장 적격 요건
- 잡포스트, 2026년 10월 19일 금시세
- 톱스타뉴스, 10월 19일 한국거래소 금시세
- 소비자상담센터, 귀금속·보석의 함량 및 중량이 미달된 경우 보상기준
- 아주경제, 금값 폭등 속 텅스텐 가짜 금의 귀환
- 주얼코리아, 귀금속 소매상 관련 법규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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